[PDF] 얼음 교각 └- 불새, 불꽃의 연인




서 있는 얼음 교각이, 무너져 내리면, 결국 건너지도 못하고, 빠져 죽을텐데.
그 얼음 교각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것이라더라도,
동상으로 발을 썩어들게, 가차없이, 쩍쩍 눌러붙어 피부를 벗겨내고,
걸어온 걸음걸이가, 전부, 보라색 피에 물들어 있어서,
울며, 아파하고, 벗어나고 싶다고, 발버둥쳐도, 그래도, 교각은, 나아가 있어서
무너져 내리면, 의지할 곳도, 버틸 곳도 없이, 나는 저 깊은 무저갱속에서,
버둥거리고, 질식해서 죽어버릴텐데, 고통만 주었던 것이더라도,
얼음은 얼음일 수 밖에 없어서, 당신은, 녹을 수도 없었고,
내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모습을 바꿀 수도 없어서,
그래서, 그렇게, 있었을, 텐데.




"흐으억, 허억, 허어어억......!"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비틀었다. 그를 진정시키고자 했던 여자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고, 남자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침대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와장창. 그를 위해 준비한 물그릇과 약병들이 산산조각 흩어졌다. 육신의 고통과 정신을 죄이는 고통이 동시에 그를 괴롭혔다. 여자들이 약하게 비명을 지르며 방 구석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아아, 타이스! 그가 정신이 들었는데."

골목 커티전 하우스에서 페리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고 있던, 심한 화상을 입은 남자를 구해낸지 사흘. 타이스는 여자들을 물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괴로움이 신음하는 남자의 등 위로 가만 손을 올렸다.

"발레론의 아들이여. 괴롭습니까?"
"후윽, 흐으윽, 우아아악, 으아......"
"괴롭겠지요, 당신이 입은 상처는 몸과 마음 모두를 태웠을테니까요. 하지만 걱정말아요. 육체의 고통은 금방 사라질겁니다."

뿌리치듯이 몸을 비틀고, 타이스를 향해 너절한 손을 뻗는다. 가녀린 손목을 붙잡아 뒤틀며 발레론의 아들, 아덴은 목을 긁는 소리를 토해냈다. 생생한 분노와 고통이 공기를 뜨겁게 흔들었다. 여자들이 타이스의 이름을 부르며 위험을 알렸지만 타이스는 굴하지 않는 얼굴로 아덴을 싸늘하게 보았다.

"무엇이 당신을 괴롭힙니까?"
"......크으으으, 마...... 마리...... 마리아------"
"마리아?"

아덴을 찾아달라 부탁했던, 에스테라의 딸.

"왜...... 마리아, 왜......! 크윽, 크허억, 허억, 허억."
"그녀가 미운가요?"
"왜, 왜, 아버......지를, 왜......! 용서못해, 마리아아아아아아!!"

무지막지한 힘으로 타이스의 손목을 죄어든다. 타이스의 입술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타이스, 어머니! 피하세요!"
"그는 제 정신이 아니에요!"
"시끄럽다. 물러가!"

새파랗게 질린 딸들의 염려를 노성으로 넘기고, 타이스는 달래는 어조로 아덴에게 말했다.

"발레론의 아들이여. 당신과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당신이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만큼은 알겠군요. 또한, 그 미움만큼 사랑하기에 이렇게 괴로워 하는 걸."
"우으으, 으으으으으......"
"이대로라면 당신 목숨이 위험해요. 그러니, 제안하겠어요. 두 번 말하진 않으니 잘 듣도록해요. 당신의 마음을 평온하게 할 수 있도록, 잠깐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잊, 게, 해줘."

타이스의 말을 가로막고, 놀라우리만큼 멀쩡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순간 괴로운 그렁거림도 사라졌다. 붙잡은 손목을 놓고, 아덴은 침대에 등을 기댄채로 똑바로 타이스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푸른 눈동자가 여느 겨울의 눈바람보다 차가웠다.

"잊게해줘, 전부, 전부."
"그것이 당신의 선택인가요?"
"전부 잊게 해줘. 견딜 수가 없어, 견딜 수가......"

미움이,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사랑이.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사랑이.
그리고, 너에 대한 미움과 사랑이. 사랑과 미움이.

목놓아 통곡하는 아덴을, 타이스는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반지의 뚜껑을 열고 방향을 돌려 아덴의 목을 가볍게 찔렀다. 약효가 퍼지며 그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그래요. 잊고싶겠지요. 당신은 사랑하고 미워하던 이들을 잃고, 이제 마지막 기로에 있으니, 그 마지막 선택은 당신이 아닌 그녀에게 주도록 해요. 이제까지 당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없는 만큼. 이번에도, 마지막에도."

넘어갈듯 혼절하는 아덴의 등을 쓰다듬고 타이스가 일어섰다.

"망각의 물을 가져와."



나를, 얼어붙게 만들고, 상처입혀도 좋았어, 나는, 그것이 괴로웠지만,
미칠만큼 괴로웠지만, 힘들고, 괴로워서, 결국 나의 어머니를 내 손으로 죽였지만,
그것은, 당신이, 태양빛에 녹아버리기 시작하는 당신의, 괴로움을,
차마, 내 눈으로 볼 수 없었기에, 그래서, 아버지,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요, 나와 닮은 것 하나 없는, 나의 아버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사랑하고 싶었어요,
사랑하고 싶었어요,

마리아,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죽길, 원하지 않았어......





레이나가 마리아에게 이야기해주는 아덴의 상황을 구성해본 거십미다.

마리아 다음주에 파이팅 ^_~*

덧글

  • ⓧlumi 2009/09/05 22:15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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