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 이야기, 가족에 관한 └- 불새, 불꽃의 연인

"가족 관계는?"
"부모님과, 동생이 한명 있어. 배 다른 남동생. 아주 귀여운 녀석이야."
"귀여워?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지는 몰랐는데."
"그런가? 귀엽고 깜찍한 녀석이지. 어떻게 자랄지 무척 기대 돼."
"사이 좋아?"
"전혀."
"그런데도 귀여워? 이상한 성격."
"날아다니는 나비 잡아다가 다리 하나씩 뜯으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거. 재미있지 않나? 그런 기분이지. 그 녀석이 어떻게 절망하고 어떻게 죽어갈지가 기대 되는거야."
"악취미. 기분 좋아 보이네. 좀 더 이야기 해봐."
"그 녀석이 처음 집에 온 건 열 두살때야. 아버지가 밖에서 재미 본 여자가 낳았지.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우리 어머니가 좀 오죽 해야지. 감시를 붙여다가 아버지랑 놀아난 여자들을 다 잡아 죽이는 사람이다보니 그 여자도 호되게 당했나봐. 근데 자식이 있을 줄은 몰랐던 거지. 아버지는 책임감에 녀석을 둘째 아들로 정하고 저택에 들였어."
"끔찍했겠네- 어린애가."
"그랬지 않겠어? 그 일로 우리 어머니는 게거품을 물고 그 녀석을 학대했고."
"당신 아버지랑 당신은?"
"군인이잖아. 나도 그 때는 사관생이었고. 바쁜데 그런 데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어?"
"어지간하다 참."
"울고 짜고 질질댈 놈이었으면 처지가 불쌍해서 도와줄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 처세가 대단한 놈이야. 영특하기도 영특하고. 나이가 좀 드니 어머니를 아주 가지고 놀더군. 음,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
"어떤 생각?"
"이 놈은 반드시 우리 가문을 작살내려 하겠구나 하는 생각. 녀석, 일부로 그 칼날을 숨기지 않았어. 볼테면 보란식으로 드러내고 다녔지. 어린 놈이 배짱이 아주 대단해. 그래서 얼마나 하는지, 정말 그렇게 할 것인지 궁금해지잖아? 지켜보기로 한거지."
"그러다 정말 동생 손에 죽으면 어쩌려고."
"글쎄, 그렇다 해도 쉽게 죽을 인간이겠어, 내가? 아까 말했지, 그 녀석이 어떻게 절망하고 어떻게 죽어갈지 기대된다고. 아버지나 어머니까지는 쉬울 지도 모르겠다만. 날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거야."
"허긴, 당신은 심장을 찔러 죽여도 안 죽을 인간처럼 보여."
"왜 이래? 나 사람이야. 심장 찔리면 죽어."
"말이 그렇다는 거야."
"하하. 나는 놈의 본성을 잘 알아."
"어떤데?"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하지. 끝없이 착취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놈이야."
"탐욕스럽다는 거야?"
"아니. 메마른 인간이라는 거야. 그런 주제에 지나치게 자의식이 확실한 놈. 그래서 자멸할 놈이고."
"이해가 안돼."
"당신에게는 어렵나? 쉽게 말하자면 열등감이 심한 녀석이란 소리야. 자기 자신에게 만족을 못하는 놈이지. 차라리 맛이 가버리면 편할텐데 그러지도 못해서 불쌍한 놈이고. 나는 놈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비명처럼 들려. 행동 하나 하나가 저항의 몸부림 같아. 시간이 지날 수록, 날이 갈 수록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여. 마지막에는 날개까지 뜯겨서 짖밟히는 것만 남게 될거야."
"섬뜩해......"
"그런 놈들은 모든 걸 포기해서 성자 비슷하게 되던가, 아니면 치졸하게 살던가, 아니면 이도 저도 살지 못해 자멸하던가 셋 중 하나가 되지. 녀석 자존심에 탈태하거나 치졸하게 사는 건 생각도 못할 테니."
"당신은 어떻게 잘 알아?"
"어떻게? 어려운 일은 아냐. 사랑하는 동생의 일이니까. 사이는 좋지 않아도 오래 지켜보면 그 정도는 알지."
"진정성이 없어보여."
"꽤 신용을 까먹었군. 화 풀어."
"그 동생도 당신 닮았으면 나쁜 남자겠네. 여자한테."
"그렇지 않을까? 나와 달리 결혼할 생각은 없어 보이던데. 은근히 결벽해. 똑같은 인간이 되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고. 잘생겨서 인기는 좋을텐데."
"너무 그러지 말고 잘 대해줘. 하나뿐인 동생이잖아."
"그렇게 해 주고 싶어도 녀석이 싫어해. 아, 딱 한번 보고 싶은 건 있어."
"뭔데?"
"우는 모습. 한번도 운 적 없거든.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로지 절망에 찬 모습으로 우는 모습 말이지. 가능성은 별로 없겠다만."
"울 가능성이? 볼 가능성이?"
"둘 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울텐데."
"사랑한다는 거, 거짓말이지?"
"아냐. 진심이야. 나는 녀석을 사랑해. 그러니까 나를 죽이려고 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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