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장주지몽 RPG 이야기



"날 곁에 두고 싶으면 손이 아니라 부인으로 두어주시오. 그리 못하겠으면 내 가겠소."
"어, 그러지 뭐."
"...그리 쉽게 정해도 되는게요?"
"세상만사 인연이란 게 어디 나 좋으랄 때 찾아오던가, 호접몽을 따라 온 여인이 내 본 적도 없이 아름다운 사람인데 네 필히 천녀일테지. 우리 사저가 여인이 그리 보인다면 꼭 곁에 두어 하늘로 못 가게 부인 삼으라 그랬다."


*

"스승님은 혼인하셨소?"
"안 하셨다."
"기다리려면 평생 기다려야겠소."
"그건 싫다. 사정이 이리 되었는데 이해해 주시겠지."
"반대하실지도 모르오."
"나는 문주가 될 것도 아니고, 재주도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아 청문파에 어울리는 제자가 아니다. 응,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스승님께서 아니된다 하시면 어쩔게요."
"내 갈 길을 찾아 갈 생각이다. 쫓겨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내 그릇은 내가 잘 안다."
"그대는, 작지 않소. 그대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고 넓고... 훌륭하고 멋진 사내요."
"...그렇게 말해 준 사람은 월아가 처음이다."


*

"...사, 사실은, 나는 무부에 맞지 않아, 언제나 부족하고, 한계는 자꾸 보이고... 수행은 고되고, 그래서. 차라리 놓아버린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한심하지."
"이제까지, 너무나 잘 해 오셨소."
"혼자 있는 게 하나도 즐겁지 않다... 외롭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참고, 참고, 괜찮다고 내게 거짓말 하는 일도 이젠 싫다. 수행하고 스승님의 말을 들으면 자꾸... 내가 아니게 되는 거 같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싫다. 미안해, 월아. 내 강해야 하는데."
"괜찮소. 그대가 무엇을 바라든, 내 함께 하겠소."


#21-2. 장주지몽 中



인물에 너무 몰입해 있다보면 주위가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편협한 시각으로 인물을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 때 이 인물이 선택하지 않은 길, 못한 길, 또 다른 길을 조명해 보면 돌파구가 보여요. 이번 소월과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꿈 세션을 하면서 보다 유벽에 대해 많이 이해했고, 알아서 한동안 참 먹먹했습니다. 두 사람이 가지 못할 길이기 때문에 현재의 유벽이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지를 새삼 알았더랍니다. 소월이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알고.

유벽이 말한 말들은 현재의 유벽은 차마 할 수 없었고 하지 못했던 말입니다. 참고 참고 버티고 자신을 달래어가면서 그렇게 살면서 어느새 체념하여 묻어버린 말입니다. 유벽이 아직 저 말을 묻어버리지 않고 고통에 시달릴 때 저처럼 소월이 있었다면 너무 많이 상처받지 않고 잘 낫고 행복할 수 있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유벽이 나쁜 상황이냐면 그 또한 아니긴 합니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보다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과히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월아가 있으니 벽아는 괜찮을 겁니다. 'v'

심심해서 끄적거린 낙서 첨부. 꿈의 한자락, 몽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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