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앵귀/이바x치즈루] 하계열(夏季熱) - 5 글과 그림

[박앵귀/이바x치즈루] 하계열(夏季熱) - 4

5.

요이야마 마지막 날의 저녁, 기온 거리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파가 몰렸다. 내일 야마보코 행렬이 끝나면 축제도 막바지에 접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마지막 밤이나 다름없었다. 날이 흐려 보슬비가 드문드문 내려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산난이 제안한 대로 기온 중심 거리의 가마는 해가 지고 사람들의 탑승을 막았다. 이 지점에서 축제 개최자들과 꽤 의견 다툼이 있었지만, 콘도와 히지카타가 어떻게든 설득하여 허락을 얻어냈다. 3인 1조로 신선조 대사들과 도시 치안대가 합세하여 가마 주위 경비를 섰다. 축제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대복은 착용하지 않고 축제 인파에 섞였다.
이바와 치즈루도 경비를 나섰다. 야스마사야마 가마를 비롯해 채 경비를 세우지 못한 두 개의 가마가 더 있었다. 두 사람은 야스마사야마를 맡고, 다른 하나는 오센과 기미기쿠에게 부탁했다. 나머지 하나는 사이토와 헤이스케에게 전언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찻집에서 치즈루는 다시 또 키미기쿠에게 끌려 여성복으로 갈아입혀졌다. 물푸레나무 수가 크게 드리워진 맑은 색깔의 유카타와 하늘색 오비를 갖추고, 어여쁘게 치장하고 나온 치즈루에게 이바는 감탄과 쑥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서로 쭈뼛거리는 두 사람을 오센이 으름장 놓아 쫓아냈다.

“저, 방해가 안 되도록 할게요.”

치즈루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방해라뇨. 그런 말 말아요. 당신이 방해가 될 리가 없잖습니까. 그저 제 곁에 있어주세요.”
“네?”
“아, 아뇨! 그게 그러니까, 제게서 떨어지지 말아달라는- 그런, 의미였습니다.”

이바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낯설고 부끄러워서 한참을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 했다.

“앗!”

그러던 중 사람에게 치여 치즈루가 비틀거렸다. 이바가 얼른 어깨를 감싸 품으로 당겨 안았다. 이바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리에 들이찬 사람들 때문에 신경 줄을 놓아선 안 될 것 같았다.

“괜찮아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군요. 서둘러 이동하죠.”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어요.”

이바는 치즈루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행여 사람들에게 부딪치지 않도록 길을 나아갔다. 신중한 이바의 옆모습을 보며 치즈루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버젓한 성인인 이바가 아니라 어릴 적 기억 속 여덟 살 하치로 오빠처럼 보였다. 순수하고,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면 그것만 곧이 지켜보고, 그러면서 치즈루를 배려하고 지키려고 하던, 어렴풋한 기억 속의 하치로 오빠 모습 그대로였다.
카모강으로 가는 길로 나오자 길에 여유가 생겼다. 이바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치즈루가 웃음기 담뿍 머금은 목소리로 노고를 달랬다.

“고생하셨어요. 이바 씨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바 씨는 언제나 그렇게 사양하시기만 하고.”

치즈루가 악의 없이 핀잔을 주자 이바는 허점을 찔려 머쓱하게 뒷목을 만졌다.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이바는 화제를 돌릴 겸 노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비녀며 여러 가지 장신구를 팔고 있었다. 이바는 치즈루에게 묻지 않고 수국꽃 모양의 머리 장식을 하나 샀다. 치즈루는 그의 행동을 지켜보다, 이바가 그 장식을 자신의 왼쪽 머리에 달아주자 어, 어? 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당황했다.

“이바 씨? 이건……”
“어차피 뭔가를 고르라고 해도 치즈루는 사양할 테니까요. 모처럼 이잖아요? 이 정돈 받아주세요.”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치즈루가 앓는 소리를 냈다. 가벼운 천을 색색들이 곱게 겹쳐 만든 수국 장식이 머리를 움직일 때 마다 사락거리며 부드럽게 흔들렸다. 이바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로 아름다워요.”
“가,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할 게요.”

치즈루는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장식 끝을 만지작 거렸다. 예상치 못한 이런 일들을 이바는 곧잘 하곤 했다. 그 때 마다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갈피가 서지 않았다.

“부인은 좋겠어, 이렇게 멋진 남편이 다 있고.”

노점상이 까르르 웃었다. 치즈루는 그야말로 새빨갛게 익어서 이바의 옷자락을 잡고 빨리 가자며 끌었다. “아휴, 부끄러워하는 거 봐.” 자리를 떠나는 두 사람의 뒤로 노점상의 밉지 않은 야유와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치즈루는 이바의 얼굴을 차마 올려다보지 못하고 어둠이 제발 자신의 얼굴을 가려주기를 바랐다.

“치즈루. 얼굴이-”
“안 빨개요.”
“정말요?”

하지만 어둠에 숨기기엔 사방이 밝힌 등롱으로 가득했다. 치즈루는 통하지 않을 변명을 했다.

“등불 빛 때문이에요.”

이바가 가느다랗게 웃는다.

“거짓말쟁이.”
“윽. 괴롭히지 마세요. 이바 씨는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예요!”
“조금은 의식해준 거라 생각하니까 기쁜 걸요.”
“제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이바 씨의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진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 걸로 해 둘 테니까, 진정해요.”

이바는 전혀 ‘그런 걸로 해 두는 얼굴’이 아닌 채로 어물쩍 넘어갔다. 치즈루는 어쩐지 손해 본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작게 삐죽거렸다. 이바는 치즈루를 화나게 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그녀를 위해 명분을 이야기 했다.

“사이좋은 부부 흉내를 내고 있으니 의심 받을 일이 없어 다행입니다.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어울려 주세요.”

이바가 팔을 내밀었다. 치즈루는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레 팔에 손을 올렸다.

“……불편하지 않아요.”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목표했던 가마로 걸어가며 시시하고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치즈루는 행복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일상을 나눌 수 있고, 별 의미 없는 잡담도 편하게 나눌 수 있고, 그 순간을 마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매일이 있다면 그런 게 행복이 아닐까하고. 비록 지금은 흉내를 낼 뿐이지만,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웃을 수 있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면. 아니,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의문. 그리고 이렇게나 다정한 이바의 곁에서 살아갈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치즈루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마음에서 우러난 아프고 부러운 마음을 생각했다.

야스마사야마 가마 주위도 마지막 날의 여파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만, 중심 거리의 인파에 비하면 한적했다. 다만 남녀 짝으로 이뤄진 축제 손님은 다른 어디보다도 많았다. 무녀가 나눠주는 결혼 부적을 받고, 등롱을 하나씩 든 채로 카모강변 곳곳에서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보였다. 치즈루는 어쩐지 이 가마만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직 별 문제는 없어 보이는군요.”

이바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치즈루는 순간 본분을 잊어버린 자신을 질책하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마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자니, 무녀가 다가와 자연스레 부적을 건넸다. 두 사람이 깜짝 놀라서 받아야 하나 말아야하나 허둥댔다. 순식간에 어색해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 무녀가 뭔가를 판단했는지, 치즈루의 손에 부적을 강제로 쥐어주었다.

“가마에도 올라가 보세요. 마침 앞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다 내려온 참이니까요.”
“아앗, 으, 저, 저기.....!”
“안쪽은 어둡고 올라가는 단이 높으니까 남편 분께서 잘 도와주세요.”

무녀는 이바가 말릴 틈도 없이 치즈루를 끌고 가서 가마 안에 밀어 넣었다. 이바가 황급히 뒤 따라 가마 안으로 들어가자 무녀는 기다렸다는 듯 입구를 닫아버렸다. 위쪽이 트여있기 때문에 바깥 빛이 들어와 완전히 어둡진 않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어두운 공간에 단 둘이 있게 되자 두 사람은 가슴이 뛰어 말을 삼켰다.

“일단, 올라가죠.”

이바가 가마 내벽 한쪽에 붙은 가파른 단을 먼저 올라가 치즈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치즈루가 그 손을 의지해 올라가자, 중간에 트인 공간을 두고 악사들이 자리해 앉는 가마 망루가 나왔다. 웬만한 건물 2층 정도는 되는 높이인지라 주변이 한 눈에 보였다. 치즈루는 시야가 트여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다.
밤의 지면에 사람들이 든 등롱의 불빛이 마치 검은 운해에 흩뿌려진 별 조각처럼 보였다. 달이 보이지 않는 흐린 날이라 더 그 불빛들이 몽롱한 환상처럼 느껴졌다. 이바도 치즈루와 비슷한 감정으로 풍경을 본 것 같았다. 치즈루가 들떠 재잘거렸다.

“마치 이 가마가 검은 바다를 유영하는 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처음 봤어요. 이바 씨는 이런 광경을 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오. 처음이에요. 치즈루와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좋은 추억이 되겠습니다.”

치즈루가 이바의 심경에 동의했다. 치즈루도, 이바도, 곁에 있는 사람이 서로여서 다행이라 여겼다.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되겠죠?”

치즈루는 아쉬움이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녀님이 가마 문을 닫아버리셨으니, 다시 열어줄 때 까지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이바가 대답하며 난간 아래의 무녀를 바라보았다. 무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적을 나눠주다 두 사람 쪽을 바라보고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비록 오해에서 비롯한 호의였으나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바와 치즈루가 검은 바다 뱃놀이를 즐긴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짓이에요! 이러지 마세요!”

돌연 무녀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에잇! 저리 비켜!”

이어 걸걸한 사내의 고함이 들리고, 무녀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바가 반사적으로 일어나 난간을 잡았다.

“치즈루, 조심해서 내려와요!”

한마디를 던지고 난간 너머로 풀쩍 뛰어내렸다! 치즈루의 마음이 순간 선득했지만, 이바는 가마 중간의 처마를 한 번 디디고 무사히 지면에 착지했다. 망루에 있는 동안 만일의 때 언제라도 뛰쳐나갈 수 있도록 미리 내려갈 길을 봐둔 것 같았다. 망루 처마에 가려 아래쪽의 상황이 보이지 않자, 치즈루도 올라왔던 단으로 내려갔다.

“난폭한 짓은 거기까지 하시죠.”

가마로 들어서려던 남자는 이바가 앞을 막아서자 잔뜩 화가 나 칼을 빼들었다.

“저리 비켜! 난 이 가마에 볼 일이 있다고.”

남자가 칼을 지켜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자리를 피했다. 가마 문을 열고 나온 치즈루는 바깥의 상황에 긴장하고 우선 쓰러져 겁에 질린 무녀를 일으켜 세워 등 뒤에 숨겼다. 이바는 눈을 치켜뜨고선 매섭게 말했다.

“가마를 불태울 생각이라면 그만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거기다, 이런데서 칼부림을 해봤자 당신에게 좋을 일은 하나도 없을 텐데요.”
“뭐라고?”
“연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이처럼 소인배 같은 방식이어서야. 연모의 상대가 당신을 잘도 받아들여 주겠습니다.”
“닥쳐!”

이바의 말에 아픈 곳을 찔렸는지, 남자는 거의 실성하여 칼을 들고 뛰어들었다. 칼을 잡은 형태나 움직임을 보아 칼이 능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바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치즈루는 금방 파악했다. 남자가 휘두른 칼은 그보다 빠른 이바의 발도에 막혀버렸고, 칼과 칼이 부딪치는 힘의 충돌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손을 놔버리고 말았다.
챙그랑! 바닥에 남자의 칼이 떨어졌다. 오른손에도 상당한 충격이 왔는지, 남자는 낮은 비명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이바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왼손으로 남자의 팔을 잡고 그대로 몸을 비껴 등 뒤로 돌아갔다. 팔이 뒤틀리고 동시에 무릎 뒤를 걷어차여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커헉!”
“더 이상의 저항은 무용합니다.”

잡힌 팔을 풀려고 안달인 남자의 몸을 이바가 힘을 주어 누르자, 그는 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치즈루가 다가와 남자의 품을 뒤져 종이 뭉치에 싼 기름병과 성냥을 빼앗았다. 이것으로 위험은 피할 수 있었다.
남자는 계획을 제지당하자 절망에 빠져 이마를 바닥에 대고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이바도, 치즈루도, 지켜보던 무녀도 난처한 표정으로 연모하는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남자를 응시할 뿐이었다.

“하치로!”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이바의 이름을 불렀다. 헤이스케와 사이토가 달려오고 있었다. 치즈루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바가 괜찮으니 그대로 있으라며 고개를 저었다.

“헤이스케 군. 사이토 군. 어쩐 일입니까?”
“네가 남긴 전언을 보고 부탁한 가마를 지키고 온 참이야.”
“이쪽도 얼추 정리가 됐나 보군. 계획에 동참한 자들이 있었다. 우리가 지킨 가마에 그 자의 동료로 추정되는 이들이 소동을 부리기에 저지했다.”
“동시 계획이었단 말이로군요.”
“혹시 배후가 있을지 몰라서 녀석들 신변은 이쪽에서 조사하기로 했어. 단순히 바보이길 바라는데 말이야-”

헤이스케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는 남자를 복잡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곁에 있는 치즈루와 시선이 마주쳤다. 헤이스케는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어어, 하며 혼란에 빠졌다. 반대로 사이토는 태연하게 말했다.

“하치로는 우리와 달리 자신의 삶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으니,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다 해서 이상할 건 없지. 방해를 해서 미안하다.”
“하지메 군!”
“사이토 군!”
“사이토 씨!”

세 사람이 동시에 소리쳐 사이토를 불렀다. 사이토는 끄떡도 않는 불상 같은 모습으로 모른 척 했다. 헤이스케가 수습을 겸해 말을 돌렸다.

“어쨌든, 이 녀석도 우리가 신변을 맡을 테니까, 너네 둘은 하던 일 계속하라고!”
“하, 하던 일이라뇨!”
“아- 뭐 그런 거 있잖아, 그, 소, 손잡는다던가, 으슥한데서 그……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소릴 ?!”
“헤이스케 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셋 다 진정해라. 사람들 눈이 있다.”

사이토의 중재로 겨우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외면한 채로 상황을 정리했다. 포박한 남자를 끌고 사이토가 희미하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 보자. 하치로, 유키무라.”

설마 이름을 불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넋을 잃은 치즈루에게, 헤이스케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 모습 예뻐, 치즈루. 꼭 한 번 네가 여자 옷 입은 걸 보고 싶었어. 조심해서 들어가고, 또 봐.”

정말로 다음이, 또가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치즈루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바라주는 사이토와 헤이스케의 인사가 고마워서, 눈물을 꾹 참고 웃으며 화답했다.

무녀는 깊은 감사를 전하며, 도움을 받은 답례로 가마에 달린 등롱을 하나 빼내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다른 등롱과 달리 고급스런 금빛 술이 장식되어 있어서 무척 특별해 보였다. 거절하기도 면구하니 어쨌든 감사히 받아들고 가마를 떠났다.

“빛이 예뻐요.”

등롱을 감싼 종이가 다른지, 동그랗지 않고 각진 모양 때문인지, 사방에 걸린 등롱과 달리 빛의 퍼짐도 색도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좀 더 어두운 곳에서 보고 싶어요.”

이바는 치즈루의 청을 받아들여 거리의 빛이 직접 닿지 않는 강변가로 이끌었다. 빛이 두 사람을 따듯한 색으로 물들였다. 누군가의 온기 같은 온도였다. 서로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 그 얼굴엔 기쁨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축제의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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