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앵귀/이바x치즈루] 강아지 글과 그림

- 엔딩 이후 시점
- 2017년 오토메이트 공식 굿즈(캐릭터+개 콜라보)에서 착안
강아지


햇살이 요람처럼 따스했다. 치즈루가 눈을 뜨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뜨겁고 습한 공기가 코에 닿아 냄새를 인식하자, 알싸하고, 달고, 포근하고, 텁텁한 수많은 색채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이제껏 치즈루가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당혹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분명 일어섰는데 시야가 높지 않았다. 목소리를 냈더니 끄응, 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동물의 우는 소리가 났다. 손을 움직이자 하얀 앞발이 바닥을 툭툭 건드린다. 치즈루는 자신이 현재 사람의 모습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분명 점심을 먹고, 정원 손질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졸음이 몰려와 잠깐 눈을 붙였고…… 지금의 상황과 이어졌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뿐이었다.

꿈.
너무나 생생한 감각이 꿈처럼 여겨지지 않았지만, 분명 꿈이었다. 치즈루는 좀 더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빨간색 도리이(鳥居)와 신당이 보였다. 신당 옆에는 조그마한 옹달샘이 있어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풀에 둘러싸인 작은 신사의 앞마당이었다. 치즈루가 옹달샘으로 걸어가 얼굴을 비췄다. 털이 복슬복슬한 하얀 개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고, 찡그려보자 수면 위의 표정이 변했다. 사람의 손으로 만졌다면 찹쌀떡처럼 쫀득했을 볼 살이 씰룩거리는 모습이 귀엽고 우스웠다.
꿈이라 인식하니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치즈루는 네 다리로 걷고 꼬리를 흔들며 자연스레 몸에 체득된 습성대로 움직여보다, 곧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리이를 건너 계단을 가볍게 뛰어내리고, 사람의 몸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쾌한 움직임으로, 냄새로 느껴지는 수많은 정보를 따라 길을 떠났다.

‘어디로 갈까?’

어디인지,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치즈루는 우선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의 자취를 코로 찾아 더듬어 가니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보였다. 형태와 위치를 가늠하던 치즈루는 곧 그곳이 아는 장소임을 깨달았다.
교토였다. 4년여를 지내면서 몇 번이고 지나고 걸어 다녔던 거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분위기만으로도 화사한, 마치 꽃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던 마을의 풍경에서 깊은 그리움을 느꼈다. 그리움은 곧 슬픔이 되어 치즈루의 발목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책해 사람들 틈바귀를 요리조리 피해 걸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교토 거리 곳곳에서 과거의 향수를 돌이켰다. 신선조 대사들과 순찰하며 보았던 사람들, 가게, 때론 심부름으로 오가던 길. 물론 좋은 추억만 있지는 않았다. 전란의 바탕이기도 했고 피가 흐르기도 했다. 그 모두를 포함해서 치즈루에게는 의미 깊은 장소였다.

발이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익숙함을 따라 신선조 둔소로 향하고 있었다. 가고 싶기도, 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치즈루는 우선 건물 처마 밑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가봤자 뭘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만 더 힘들어지리라. 어째서 이런 꿈을 꾸게 된 건지 생각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냄새를 하염없이 눈과 코로 쫓기만 했다.

“웬 개람?”
“이 근처에서 본 적 없는 녀석인데.”
“귀엽게 생겼다. 이리와 봐!”

골목길 민가에 사는 아이들이 치즈루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치즈루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으나 그 전에 둘러싸여 틈을 놓쳤다. 치즈루는 아이들이 거북했다. 시야가 낮아져서 그런지, 내려다보는 아이들의 개구쟁이 같은 시선에 신경이 곤두섰다. 사람인 치즈루라면 그들에게 위협을 느낄 일이 없으나, 개의 모습인 지금은 이상하게도 피해야한다는 본능이 앞섰다.
치즈루가 피하려고 하자 아이들은 약이 올랐는지 억지로 치즈루의 몸과 귀를 잡고 흔들었다.

“이 녀석, 가만있어!”

치즈루가 비명을 지르자 깨갱, 하고 우짖는 소리가 났다. 저항에 놀란 아이들이 일순 흠칫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골난 표정으로 치즈루에게 손을 뻗었다.

“그만두세요.”

그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아이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치즈루는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에게 가려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냄새도.

“그렇게 괴롭히면 안 돼요. 가엽잖아요?”

온화한, 그러면서 단호한, 속삭일 때는 설탕과자처럼 달콤한,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치즈루는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재빨리 빠져나와 풀쩍 뛰어올랐다.

‘하치로 씨!’

* * * * *

하얀 개가 갑자기 한차례 짖으며 이바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일순 당황했지만, 뿌리치지 않은 까닭은 개가 너무나 서럽게 끼이잉 거리며 이바의 가슴에 머리를 부대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안쓰러움에 개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아이들을 바라보자, 아이들은 괴롭힌 책임을 전가하듯 서로를 힐끔힐끔 보며 시선을 교환하더니 슬그머니 도망쳤다.

“괜찮아요. 자.”

이바가 개의 두 팔을 잡아 바닥에 내려주고, 그 자신도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했다. 개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젖어있었다. 이바는 개의 시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어떤 주박에라도 잡힌 것처럼, 몹시도 개의 눈동자가 가슴 아팠다.

“멍멍이 씨, 가족을 잃어버렸나요?”

이바가 다정하게 물었다. 개는 마치 이바의 말을 알아듣는 양, 끄응거리며 그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애틋하고 사랑스러움이 샘솟는 행동이었다.

“어이, 이바! 갑자기 달려가면 어떻게 해!”
“모토야마.”

숨을 헐떡거리며 모토야마가 다가왔다. 모토야마는 이바와 개를 번갈아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또 저번처럼 유키무라 군이라도 발견했나 했더니.”
“그랬던 것 같은데, 착각이었나 봐요.”
“……자네 무지막지 중증이야.”
“병은 아닌데요.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이 아이를 데리고 주변을 좀 돌아보고 가겠습니다.”
“뭐야, 아는 녀석이야?”
“방금 만났습니다만, 어쩐지 익숙하네요. 지나오면서 본 적이 있었던 걸까.”
모토야마는 의미심장한 이바의 말이 와 닿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는 모토야마를 보더니 슬픈 듯이 낑낑거렸다. 이바의 손을 벗어나 모토야마의 다리에 반갑게 머리를 비벼댔다.

“뭐, 뭐지? 나한테 왜 이래?”
“동물은 본능이 강하니까, 분명 좋은 사람인 걸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러려나아. 아무튼,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 저녁부터는 연회 자리에도 참석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엔 돌아갈게요. 그저 이 주변을 좀 돌아볼 뿐이니까요.”
“멍멍이, 너도 집에 얼른 돌아가라~”

모토야마가 개의 머리를 웃으며 쓰다듬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개는 그 뒷모습을 쓸쓸하게 배웅했다. 이바가 개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듯 어루만져주었다.

“우리도 갈까요? 그리 오래 있지는 못하겠지만,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개는 이바를 곧잘 따랐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굳이 행동을 유도하지 않아도 이바의 말이나 의도를 이해한 듯 움직이는 개가 낯설지 않았다. 이바는 개와 함께 정처 없이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개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지만, 다들 잘 모르는 눈치였다.
어느 순간부터 둘은 그저 함께 걷는 시간만을 영위했다. 빠르지 않은 걸음걸이로 한 보 정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듯한 햇살 아래를 쭉 걷기만 했다.

“목마르지 않나요? 멍멍이 씨. 잠깐 쉬었다 갈까요?”

인적이 드문 길에 접어들어, 찻집 앞에서 이바가 걸음을 멈췄다. 차와 당고를 주문하고 주인에게 개가 마실 물을 부탁했다. 개는 목을 축이고 이바의 발치에 바짝 기대어 앉았다. 기쁘고 안심이 됐다. 이바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신기하네요. 멍멍이 씨는 제가 아는 누군가를 닮은 것 같아요. 함께 있으면 무척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고, 하염없이 도와주고 싶은, 정말 소중한 사람과요.”

개가 고개를 들어 이바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누구냐고 묻는 듯한 시선에 이바는 한숨처럼 마음 깊이에서 샘솟는 말 한마디를 꺼내어 고했다.

“치즈루.”

* * * * *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살아가는 나날에 치즈루는 한 번씩 이바와 재회하고, 교토에서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곤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 시간 속에서 이바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곁에 있었는지 돌이켰다. 그가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하는 새 얼마나 애타게 애정을 품어왔는지 깨달을 때 마다 면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개의 모습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람인 채였다면 지금 이바의 표정에 부끄러워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으리라.

‘아아, 하치로 씨는 이렇게 저를 그리워했었군요.’

가늘게 띄운 웃음이, 눈꼬리를 내리며 그린 눈매의 달이, 맑은 눈동자가 그리움의 빛으로 물들고 치즈루를 바라본다. 얕게 잠긴 보드라운 목소리가 치즈루의 이름을 읊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름을 말한다. 그 모든 것에 사랑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 만큼이나.

‘왜 몰랐을까요?’

치즈루는 이바의 무릎에 고개를 올리고 눈을 감았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일이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꿈이 아니라면 이렇게 과거의 이바와 만날 일도,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과 재회하게 될 일도 없었다. 아까 모토야마와 만나 치즈루는 무너지는 억장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다.
이바의 손이 머리에 내려앉았다. 느릿하게 쓰다듬는 손길에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행복해졌다. 자장가처럼 속삭이는 이바의 목소리가 귓가에 감겨들었다.

“치즈루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씩씩하고, 밝고, 용감하고, 언제나 앞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사람이랍니다. 또 어떨 땐 무척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지나칠 정도로 올곧아서 저는 언제나 그녀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 안 되지만요.”

이바는 언제나 자신을 부족한 몸이라고 말했다. 숨어 지내던 요코하마에서 오니의 팔 때문에 이른 파탄의 직전에서, 치즈루가 고백했던 순간에도 언제나 그 자신의 모자람을 자책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가혹한 성정 때문이었다.

‘하치로 씨는 언제나 제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어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교토였다. 같은 목적 때문에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외롭고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 이바를 만나고, 그가 위로해준 순간순간과 인간이 아니라는 정체성의 고통 속에서 평범한 여자아이라 말해주는 상냥함에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그는 모른다. 모르고 있었다.
‘지금’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다. 돌이켜보면 엇갈림뿐이었다. 지금 당장 이바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서 슬펐다.

“조금 더 걸어볼까요?”

다 먹은 찻잔과 접시를 반납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걸으며 이바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릴 적 치즈루와 처음 만났을 때, 지키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 떠난 뒤의 수련, 그동안 품어왔던 깊은 마음에 대해서.

“이상한 일이죠? 고작 몇 달 같이 놀았을 뿐인 사람인데 그처럼 오래 기억에 남아있으리라곤 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강해져야할 이유가 그저 관성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요. 하지만……”

벚꽃이 줄지어 핀 좁은 강변길에서 이바가 발을 멈추고 꽃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그 마음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오래 기억했다면, 그 관성도 어쩌면-”

치즈루는 이어질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어느덧 해질녘이었다. 붉은 빛이 세상을 물들이며 눈부시고 찬란한 낮의 색을 앗아가고 있었다. 한차례 바람이 크게 불어 꽃잎을 흩트렸다. 이바의 옷자락이 흔들리고, 높게 묶은 머리카락이 허공에 유려한 선을 그었다. 그의 향취가 유독 예민해진 치즈루의 코에 훅 들이쳤다. 이바가 돌아본다.

“그러니, 치즈루.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분명 꿈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바가 자신을 치즈루라고 바로 알아볼 리 없을 테니까.

“제가 당신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걸.”

치즈루는 있는 힘껏 그를 향해 외쳤다. 알겠다고,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비록 이 시간의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저는 기억하겠노라고. 그 대답은 비록 필사적으로 짖는 형태가 되고 말았지만 이바에게는 닿은 것 같았다.
치즈루의 시야가 흐려졌다. 꽃비가 폭풍이 되어 세상을 감싸 안아, 이제 돌아갈 시간임을 직감했다. 슬프고 사랑스러운 과거의 시간에 작별을 고했다.

온 몸이 요람에 잠긴 것처럼 따듯했다. 또다시 꿈인가 싶어 눈을 뜨니 익숙한 옷깃이 보였다. 고개를 들자, 꿈속보다 좀 더 강직함이 깃든 얼굴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는 치즈루를 품에 꼭 안은 채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치즈루는 정말로 오래 만나지 못한 그리운 이를 만난 감각에 그만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숨이 흐트러지고,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 정말로 미세한 움직임이었는데도 치즈루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슬픈 꿈이라도 꿨나요?”
“하치로 씨……”

그는 치즈루가 울면 귀신같이 알아챘다.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꿈의 내용을 어떻게 말할까. 치즈루는 설명 대신 그의 목에 팔을 감고 깊게 포옹했다.

“기억해요. 비록, 그 때의 저는 몰랐지만.”
“치즈루?”
“하치로 씨가 오래 전부터 저를 좋아했단 걸 알아요.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눈물과 흐느낌으로 엉망이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야 이바를 당황스럽게 할 뿐이다. 터져버린 감정은 도무지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바의 손가락이 치즈루의 눈물을 쓸어 거둔다. 젖은 눈가에 입을 맞추고 이마를 맞댄다. 코끝을 살짝 비비고, 입술이 깃털처럼 닿고 떨어지길 반복한다.

“하, 하치로 씨-”

몸 안 가득 애정이 채워져 넘쳐 터질 것 같아서 숨이 막혔다. 시선이 마주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깊게 무언가를 이해했다. 이바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치즈루. 당신이었군요.”
입술이 깊게 겹쳐진다.
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 * * * *

게이오 3년, 3월.

“이바 씨! 어서 오세요.”

둔소 입구에서 기척을 내자 마당을 청소 중이던 치즈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바는 치즈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느닷없이 진지한 시선에 치즈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분명 당신이었던 것 같은데.”
“네?”
“아, 아뇨. 착각했나 봐요. 나도 참, 바보 같은 생각을.”

이바는 멋쩍게 뒷목을 만지며 부끄러움을 수습하고 의아해하는 치즈루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맛있는 양갱을 사왔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토시 씨는 계신가요?”
“마침 돌아오신 참이에요. 안내해 드릴게요. 이번에는 언제까지 계시나요?”
“아마도-”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며 경내로 들어가는 모습을 마당 너머에서 하얀 개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개는 허공을 향해 멍, 하고 한 번 짖더니 가벼운 몸놀림으로 어디론가 떠났다.



20180105 RALL(@chuverall)
박앵귀 ~진개~ 꽃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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